2008. 10. 11. 이스트밸리 - 공을 잘 치려면 술을 끊어 바보야~~!!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스트밸리 라운딩 날.
 
도대체 내가 언제 이스트밸리를 가 보랴...
심혈을 기울여 라운드를 준비했다.
 
오늘을 대비해서 조프로(각주 1)가 한 일.
(1) 월화수목 침 맞음.
(2) 수목금 탕약 먹음(각주 2).
(3) 수목금 닭장 연습(각주 3).
(4) 금 레인지 연습(각주 4).
 
문제는 어제였다.
저녁 때 이메일이나 확인하고, 다음 주 일정 체크나 해 두려고 회사에 나갔다가,
금요일이니 맥주나 한잔 하자는 이야기에 혹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다 끝나고 집에 들어와 클럽과 옷을 챙겨두고 시계를 보니, 2시 40분.
이미 10여잔의 폭탄주 중 일부는 위장에 남아 있고, 나머지는 뇌와 간이 품고 있던 상황...
 
아침 약속은 5시 20분 잠실선착장인데... 잘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잠이 듦...
 
눈이 떠 졌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이렇게 밝으면 안되는데,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거다(동향 집의 문제점!!).
시계는 일곱 시 사십분...
허걱... 티오프 시간이 40분이나 지난 것이었다...
 
전화기를 꺼내 보니 부재중 전화 13통.
Karl님 전화 10통. 동원아빠님 전화 1통(각주 5).
 
아... O됐다...
클라이언트가 초대해 주신 자린데...
어떻게 생각하실까.라는 생각보다는
골프장에 늦는 놈은 평생 같이 라운드하지 말랬는데.
이 일이 소문나서 앞으로 같이 칠 사람이 없으면 어떻하지,
나의 골프인생이 이렇게 끝나는가.라는 생각에 눈물이 뚝뚝..T.T
 
허겁지겁 출발해서 어찌어찌 도착한 뒤
후반 나인에 겨우 합류...
 
아~~ 공이 맞을리가 있는가...
알콜을 머금은 무릎과 허리는 상체의 움직임을 받쳐 주지 못하고,
알콜을 머금은 뇌는 용감하다 못해 무모한 샷만을 권한다. 
 
집에 오면서 지난 일들을 곱씹어 본다.
 
최근 망가진 날들은 모두 그 전날 새벽까지 마셨다는 전혀 새롭지 않은,
그러나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떠오른다.
 
지난 주 금요일(10월 2일).
전날 새벽까지 마심. 연휴 교통체증에 티오프 시간 10분 늦고, 허겁지겁 라운딩.
세 홀만에 등쪽 근육통이 발생하여 나머지 16홀 내내 갤갤대면서
웻지와 퍼터로 근근히 게임을 마침.
 
지지난 주 토요일(9월 27일).
전날 12시까지 마심. 11시 40분인가 티오프 시간은 충분하게 도착.
전반은 42개로 선전했으나, 후반들어 체력고갈로 갤갤대며 50개 가까이 침.
 
지지지난 주 토요일(9월 20일).
전날 새벽까지 마심. 12시 티오프 시간은 충분하게 도착하였으나, 95개 침.
 
그러고보니 라베를 했던 9월 13일이 있던 주는 추석연휴때문에 술먹자는 사람도 없었고,
나도 바빠서 술먹을 틈이 없었던 것이었다.
 
새벽까지 만취한 다음 날 라운딩은 대충만 생각해보아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1) 머리가 나빠짐
매 샷마다 한두가지의 키포인트는 염두에 두고 있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는데,
그 키포인트가 생각이 나질 않음.
하체 체중이동을 까먹고 드라이버를 휘두르다
오른쪽 산을 지키는 산신령께 볼을 바치다든가,
왼발에 체중을 싣고 칩샷을 해야 한다는걸 까먹고 웻지를 휘두르다
블레이드로 볼의 적도를 친다든가 하는 일이 발생.
다행히 술이 깨면서 이 현상은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들기는 함.
그러나 다음의 "힘딸림" 현상으로 결과는 더 안 좋아짐.
 
(2) 힘이 딸림
그렇잖아도 부실한 하체가 휘청휘청거림.
허리 위로만 공을 치는 전형적인 '팔로만 스윙' 발생.
이 현상은 후반으로 갈 수록 더해짐.
 
(3) 멘탈
그렇잖아도 고등학교 동문 선배들이 "종이멘탈"이라고 놀리는
정신자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침.
쓸데 없이 위축되고 긴장하며,
정작 집중하고 겸손해야 할 때에는 용감하다 못해 무모해짐.
 
오는 길에 한남대교 남단을 빠져나와 신호를 기다리면서, 핸드폰 화면문구를 바꾸었다.
"잘치려면술끊어바보야"
 
물론 술을 끊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첫째, 공들여 술을 만드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분들이 정성들여 만드신 술을 어떻게 끊을 수 있단 말인가.
술도 음식이니만큼, 맛있게 먹어야 만드신 분에 대한 예의다.
 
둘째, 술을 끊는 것은 자칫 술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우리나라 검찰은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니,
혹시나 조프로가 술을 끊었다는 것이 왜곡보도, 왜곡소문으로
"조프로가 술회사가 만드는 물건을 안사기로 했다"고 알려지면,
공연히 곤욕을 치를 수 있다.
 
그렇지만, 라운딩에 영향을 미칠 음주행위는 엄격히 금한다.
 
게임 결과.
 
조프로 출전 전인 전반에는 동원아빠님이 날라다니심.
소문에 따르면 매 홀 버디찬스였다고 함.
 
후반에는 Karl님이 날라다니심.
매 샷마다 쭈쭈빵빵이었음.
 
그러나 금전적 위너는 초대해주신 클라이언트였음.
후반 7번, 9번홀을 드심으로써 결국 판돈을 모두 챙기심.
 
조프로 영패. 캐디가 불쌍하다고 한장 건네줌. T.T
 
앞으로의 일정.
 
다행히 오늘 동행하신 분들이 리턴매치를 약속하실 때 낑겨서 한 번 더 가보게 되었음...
나의 골프인생도 끝날 위기를 모면.
 
"잘치려면 술을 끊어 바보야~~!!"
 
각주
(1) 절대로 공을 잘 쳐서가 아님. 입사 당시 회사 최고위층에 성(姓)이 같으신 분이 계셔서, 다른 사람들이 "조OOO!!"라고 부르면 그분이 돌아보시기에, 최고위층 조씨와 최하위층 Kyrie를 구별하기 위해 생긴 별명.
(2) 지난 금요일 라운딩 중 목 뒤쪽 어깨 근육이 콕콕 찌르듯이 아파왔음. 마침 방문한 한의원 선생님이 골프 애호가 시길래 무슨 일이 있어도 토요일에 운동하러 가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리니, 침, 부황과 함께 어혈이 풀리는 탕약 삼일치를 조제해 주셨음. 화타가 따로 없었음. 말끔히 나았으니.
(3) 수요일에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음. 마침 술을 무쟈게 먹을 저녁 약속을 앞두고 있던 터라, 새벽에 연습장에 다녀옴. 수요일에 같이 무쟈게 퍼 먹은, 아니 퍼 드신 동원아빠님은 다음날 정모에서 88개치심. 대단하심.
(4) 큰 딸 운동회를 빙자하여 회사를 빼먹고, 오전에 레인지에서 샷의 방향과 거리를 점검. 마음에 들었음.
(5) 동원아빠님이 운전하셨다고 함. 이밖에 Karl님은 조프로 부인의 핸드폰으로도 2번 전화하심. 나머지 2통의 출처는 공개적으로 밝히기 곤란함.

※ golfsky.com 체게바라 동호회에 올린 글.

Kyrie Kyrie Eleison!!

by 조프로 | 2008/10/11 15:24 | 운동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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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eff at 2008/10/23 08:03
술 끊지 마시고 운동도 잘 하시는 길을 찾으셔야겠네요. :)
술 불매 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막 웃었습니다. 조프로 님 유머가 상당하십니다 ㅎ
Commented by 조프로 at 2008/10/24 02:01
네.. 술은 적당히 먹고 운동도 잘하고 그래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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